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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 막탄을 벗어나기전 로리. 주유소앞에서. 
로리는 영국을 떠나 산넘고 물건너 태국을 지나 일본에서 남자친구와 지내고 있었다. 그녀는 1년의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로 필리핀을 택했고 나와 같은날 세부에 도착했다. 인생은 타이밍. 로리를 세부에 초대한 이반은 로리가 세부에 내린 3일만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한국으로 일주일이라는 기약을 하고 돌아가버렸지만 그의 시간개념을 우리는 알기에.  그 일주일을 기약없이로 해석하여  받아들였다. 나는 이번 여행은 시간이 충분해서 세부 전체를 돌아볼 계획을 세웠고 로리도 이에 동의했다. 교통수단은 오토바이. 서울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7년이라는 시간동안 두어번 가벼운 오토바이사고가 있어 다시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겠다. 고 약속을 하였지만. 매번 이 약속은 깨진다. 세부에서 오토바이 렌트는 하루렌탈에 500페소. 렌트할때 오토바이 상태를 점검하고 돌려줄때 스크래치나 결함이 생겼을때는 이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는 데 동의. 이떄 동의할때 대부분 아무일도 없겠지 하고 생각하고 나또한 그랬다. 

어차피 지도도 일정도 없이 하는 여행이라 낮에 세부 퍼시픽 빌라 수영장에서 낮 전체를 소일하고 숙소를 떠난건 오후세시가 다 되어서였다. 막연히 떠나서 길을 따르다보면 세부는 길게 둥그니까 온세부 어린이들 다 만나오겠다.라는게 여행의 기조였기때문에 어디를 갈지 무슨일이 일어난지 묘연했다. 당연히. 수영복을 챙겨야할지 등산장비를 챙겨야 할지 스노클을 가져갈지 혼란한 상황이었기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챙겼다. 나는 백팩하나와 방수팩. 로리는 여자임에도 나보다 짐이 더 간소했다. 이스트팩 사이즈의 배낭과 지갑과 작은소품들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숄더백하나. 녹색(Green) 을 좋아하는 친구이다보니 가방을 열면 온통 녹색으로 가득했다. 물론 녹색병에 걸린 것처럼 모두 그린은 아니었다. 전체적인 조화가 있는 그린. 



오랜만에 타는 오토바이는 익숙치 않았다. 더군다나 나 혼자가 아닌 뒤에 책임을 져야하는 다른생명까지 태우고는. 오토바이는 7년을 타서 익숙하지만 기종이 바뀌면 익숙하는데 시간이 걸려 최대한 조심스레 움직였다. 하지만 타국에서 익숙치 않은 거리와 운전자들 사이를 달리는 것은 마치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선 까페에서 이전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새로운 자리를 찾는 것과 같이 어색한 일이었고 짐을 잔뜩 탑재한 오토바이의 균형을 파악하는데에는 생각보다 더많은 시간이 걸렸다. 

세부와 막탄을 잇는 다리를 건너 무조건 오른쪽 북쪽으로 가는 도로를 탔다. 세부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바다를 끼고  크게 한바퀴 돌기로 마음먹어 첫번째 큰 목적지는 말라파스쿠아였다. (로리는 이 계획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 성의없이 찾아본바로 말라파스쿠아로 넘어가는 마야까지는  버스로 3시간에서 4시간정도.  첫날 어둠속을 내리 달리면 닿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해가 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 내딯는 도로는 신선하고 새로운 풍경으로 가득했지만 밤이 되니 그 낯선 풍경들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해가지기 시작하고 나서는 속도를 더 낮추어 마을이 보이면 골목골목 들어가 둘러보았다. 위의 사진은 아마도 릴로안 근처. 마을 청년들이 아예 중앙도로에 배구네트를 치고 배구를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나 차가 지나가면 들어올려 통과시켜주고 운전자들도 아무 불만이 없어보였다. 




둘이 로얄 한병을 사서 나누어 마시고. 더 갈지 . 숙소를 찾을지 몇마디 이야기 나누었지만. 둘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결론없는 그 대화는 텁텁한 공기속에 사라졌다. 마을주민들은 뜬금없이 등장한 두 에이리언의 등장에 '중립'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무시. 특히 로리는 금발에 파랑눈에 녹색 드레스 전형적인 서양 외국인의 형상을 하고 있어  다른 곳이라면 불편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세부의 이름없는 아주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주진 않아 그것이 편안했다. 나는 어디 섞여도 외국인 대접을 받지 않는다. 



두어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세부- 카르멘 도시 이라는 곳.  시간은 여덟시 정도였고 더 이동할지 여기서 멈출지 선택권이 없었던 것은. 캠핑여행이 아니었기에 해먹이나 텐트 등은 준비하지 않았고 이런 소도시에서는 아니 작은 마을 아니 사람들이 모여사는 촌부락에 숙소가 있을리가 없었다. 둘이 담배 하나 나누어 피우고 농구대를 오르고 동네 개들을 불러 쓰다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 둘중에 누군가 한명이 갈까? 하고 먼저 말을 꺼내면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아홉시를 넘긴 도로는 칠흙같이 어두웠다. 도로에 차는 줄어들었고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는 너무 약해서 처음 가는 도로에서는 위험하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 긴장되었다. 열시 정도가 되어서는 더이상의 전진은 접고 주변 마을들을 돌며 숙소를 찾았다. 처음에는 깨끗한 호텔등을 생각했지만 숙소가 있다해서 들어갔던 바다앞의 리조트는 영업을 하지 않거나 막연히 바다앞이니까 호텔 또는 게스트하우스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며 접어들었던 작은 마을들에 우리가 찾는 것들은 없었다. 

덕분에 작은 마을들의 소소한 야간풍경을 만난것들은 즐거웠다. 길을 물어야 했기에 사람만 보이면 오토바이를 세웠고. 위의 사진은 그 도중 만난 댄스팀. 조그만 교회앞에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주변에 호텔이 없느냐는 질문에 질문자체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이 작은마을에 나타난 우리들에 대한 관심만 가득했다. 질문에 답변은 대부분 이랬다. '저쪽으로 가보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보면 없다. 거기서 만난 다른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반대쪽을 가르치며) '저쪽으로 가보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없다. 이쯤되면 너희집에서 재워주면 안돼?하고 적극적으로 나가보기도 하는데 시골마을의 친구들은 대부분은 작고 남루한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에 대부분 솔직히 너무 좁아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거기거 더 조르면. 실례 . 



카르멘 (Carmen) 주변을 숙소를 찾아 한시간반이 넘게 뒤지고 다녔더니 자정이 다되어갔다. 그나마 찾았던 리조트는 태풍후에 영업을 중지한 상태였고. 바다 절벽앞의 한 리조트는 상상을 넘는 가격에 발길을 돌렸으며 결국 열두시가 다되어 700페소의 모텔을 하나 찾았다. 이름은 쿱 펜션하우스 - Coop pension house. 

숙소는 하룻밤 자고 가기에 적당한 가격과 퀄리티. 더럽지 않았지만 깔금하지 않았고.  화장실도 그러했다.

짐을 풀어놓고 나니 지난 하루가 되뇌어졌다. 숙소를 찾아 헤메던 두어시간. 시커먼 도로와 쌩쌩지나는 트럭들은  두려웠지만 오토바이의 엔진소리와 하늘을 올려다봤을때 머리위를 덮었던 별들은 아름다웠다. 언덕을 오르며 기어를 바꾸는 순간 둘이 함께 본 유성은 잊을 수 없는 이번여행의 기억이 될것이다.  



다음날은 카르멘에서 마야까지 이동했다. 물론. 

숙소는 계획이 없었고 우리는 자정이 되어서야 마을주민의 호의로 그의 집에 묵게 된다. 




세부 자유여행 .세부 웨이브미
세부 장기출장중인 웨이브미 세부팀의 자유여행 이야기입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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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on some island, raised in Croatia, Born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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